만남의 시작

인사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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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사드리며...

나의 어머니이자 학교법인 청강학원 초대 이사장이셨던 현재(玄哉) 정희경 선생님이 우리 곁을 떠나신 지 벌써 한 해가 흘렀습니다. 두 남매의 어머니, 다섯 손주들의 할머니를 넘어 많은 이들의 큰 스승이셨던 분을 작년 10월에 보내드린 후, 90여 년의 삶 속에서 남기신 수많은 이야기와 가르침의 흔적들, 그리고 유품들을 정리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. 살림을 즐기셨던 분답게 많은 양의 부엌 살림들, 늘 읽고 쓰는 일을 즐기셨던 분이었기에 꽉 채워진 책장 속 책자와 노트, 뭐 하나도 허투루 버리지 않으셨던 분이 남긴 삶의 궤적은, 한 분이 남기신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방대했습니다.

교육자이자 정치가, 신앙인이자 사회활동가로 살아오신 어머니, 그 기록들을 하나하나 들춰보며 저는 격변의 시대를 온몸으로 헤쳐오신 한 여상의 삶을, 그리고 일상 속에서 묵묵히 실천하신 믿음과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. 시대의 부름에 잠시 정치의 길을 걸으셨지만, 어머니의 본질은 언제나 교육자셨습니다. 평생 교육에 몸 담으셨고, 틀에 얽매이지 않았고 때론 파격이라 불리울 만큼의 헌신도 실천하셨지만, 언제나 교육이 가야할 올곧음과 건강한 방향성을 제시하셨던 분이셨습니다.

아버지 이연호 선생님과 함께 청강학원의 초석을 놓으시고, 늘 “청강대학은 복 받은 학교다”라며 학교 구성원들이 열정과 헌신으로 임하는 모습에 등 두드려 주시며, 청강이 가는 길의 어려움과 도전에 늘 긍정적인 응원을 해주시는 역할을 해주셨습니다. 마치 나무를 기르듯, 사랑과 헌신, 정직과 성실, 책임과 자율이 숨 쉬는 교육공동체를 만들고자 하셨습니다. “이 땅에 정직한 사람, 따듯한 사람, 자유로운 사람이 자라나도록 우리는 학교를 세워야 합니다.” 이 말씀은 어머니께서 우리에게 남기신 가장 소중한 유산입니다. 청강의 젊은이들이 세상에 나가 우리나라, 더 나아가 세계의 문화산업의 내일을 밝히기를, 어머니는 그토록 간절히 바라셨습니다. "우리 학교에 재주덩어리들이 참 많다"며 눈을 반짝이시던 그 모습, 자랑스러워하시던 그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.

이제 어머니의 꿈은 우리가 이어가야 할 숙제가 되었습니다. 대학 설립에 담긴 뜻과 교육의 참된 가치를 오늘의 청강 가족들과 나누고자, 이 추모의 공간을 마련했습니다. 정희경 선생님이 걸어오신 길,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지혜를 함께 되새기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. 아카이빙과 전시로 어찌 그 큰 삶을 다 담아낼 수 있겠습니까 만은, 아직도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어머니의 모습들이 있을 것입니다. 여러분이 간직한 기억과 이야기들로 그 빈자리를 채워주시길 부탁드립니다. 우리 가족만의 어머니가 아닌 우리 모두의 큰 어른으로서, 때로는 엄격하고 단호하셨지만 늘 깊은 존중과 사랑으로 품어주셨던 현재 정희경 선생님을 함께 기억하고 싶습니다.

"어찌 모든 이의 즐거움이 되진 못하더라도 내 마음에 부끄럼 없기를 바라며."

평생을 이 마음으로 사셨던 어머니의 뜻을 가슴에 새기며, 청강의 미래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.

감사합니다.

2025년 10월
청강문화산업대학교
학교법인 청강학원 이사장